요약

2026년 9월 29일 제3순회항소법원 합의부는 만장일치로, ROSS Intelligence가 Thomson Reuters의 Westlaw 헤드노트를 경쟁 AI 법률 검색 도구의 학습에 사용한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으며 헤드노트는 저작권 보호를 받을 만한 창작성을 갖추었다고 판시했다. AI 학습의 공정이용에 관한 연방 항소법원의 첫 판결이다. 해당 도구가 비생성형이고 Westlaw를 대체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판시 범위는 좁다. 다만 법원의 논리는 AI 개발자와 큐레이션 콘텐츠 보유자 모두가 자사 데이터에 지금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사건 개요

로이터(원고 Thomson Reuters 소유)에 따르면 제3순회항소법원은 9월 29일(화) 판결문을 비공개(under seal)로 등록한 뒤 9월 30일 공개했다. 사건명은 Thomson Reuters Enterprise Centre GmbH v. Ross Intelligence Inc., No. 25-2153이다. Tamika Montgomery-Reeves 판사가 3인 합의부를 대표해 판결문을 집필했으며, 이번 항소를 “평범한 저작권 사건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합의부는 Stephanos Bibas 판사가 2025년 2월 내린 부분 약식판결을 유지했다. Bibas 판사는 제3순회항소법원 판사로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파견되어 이 사건을 맡았다. MSK의 클라이언트 얼럿에 따르면 Bibas 판사는 2023년 9월 거의 모든 쟁점을 배심 판단에 맡겼다가 재판 직전 스스로 판단을 뒤집었다. 수정된 판결은 헤드노트 2,243건에 대한 침해를 인정하고 공정이용 항변을 배척했으며, 창작성과 공정이용 쟁점에 대해 중간항소(interlocutory appeal)를 허가했다.

FindLaw, MSK, Ballard Spahr가 정리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Thomson Reuters는 ROSS에 대한 Westlaw 라이선스를 거절했다. 이에 ROSS는 LegalEase Solutions와 계약했고, LegalEase는 약 25,000건의 “Bulk Memo”를 작성했다. 각 메모는 Westlaw 헤드노트를 바탕으로 작성한 법률 질문에 판결문에서 발췌해 순위를 매긴 문단을 짝지은 것이었다. ROSS는 이 메모를 학습 데이터로 변환해, 일상 언어로 된 질문에 기존 판결문의 문단을 찾아 답하는 도구를 만들었다. ROSS는 2021년 소송 비용을 이유로 플랫폼 운영을 중단했지만 항소는 계속 진행했다.

MSK와 Ballard Spahr의 분석에 따른 법원의 판단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배경

그 밖에 AI 학습에 관한 본안 판단은 2025년 6월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판사 두 명이 내린 판결뿐이다. Bartz v. Anthropic과 Kadrey v. Meta에서 Alsup 판사와 Chhabria 판사는 각각 범용 대규모 언어모델을 도서로 학습시킨 것이 변형적 이용이라고 판단했다. MSK에 따르면 Bartz 사건은 이후 불법 복제 도서에 관한 집단소송 청구에서 약 15억 달러 규모의 화해로 이어졌다. 또한 2026년 9월 1일 법무부는 In re OpenAI 사건에서 LLM 학습이 변형적 이용이라는 취지의 이해관계 진술서(statement of interest)를 제출했다.

제3순회항소법원은 이들 판결을 직접 다루었다. 각주 7에서 두 가지 근거로 Bartz와 이 사건을 구별했다. ROSS의 도구는 “독창적 표현을 생성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Westlaw의 상업적 대체재를 만들기 위해 학습되었다는 점이다. MSK는 합의부가 두 근거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었는지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법원은 OpenAI 사건에서 법무부가 제기한 우려가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법원은 중간 복제에 관한 선례(Sega v. Accolade, Sony v. Connectix, Google v. Oracle)에 기댄 ROSS의 주장도 배척했다. 이들 사건에서는 보호되지 않는 기능적 요소에 접근하려면 복제가 불가피했다. 반면 ROSS는 공개된 판결문을 이용할 수 있었다.

시사점

이번 판결은 생성형 AI 학습이 공정이용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 판결은 개별 사실관계에 따른 판단에서 학습된 제품의 목적, 복제한 분량을 정당화할 사유, 기존 시장과 잠재적 라이선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사건에서는 ROSS의 이용이 변형성이 매우 낮고 원서비스를 대체하려는 것이었으며 공개 판결문을 이용할 수 있었으므로, 필요성 주장이 공정이용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법원은 법정 네 요소를 함께 평가했다.

AI 개발자에게 실무적인 출발점은 선택한 학습 자료가 왜 필요한지 살펴보는 것이다. 학습 데이터셋마다 출처(provenance)를 점검하면서, 기초가 되는 공개 자료로 충분했는데도 제3자의 편집 레이어(요약, 주석, 분류, 큐레이션 라벨)가 들어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1차 자료로 데이터를 다시 구축하거나 해당 레이어에 대해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원자료와 같은 사용자층을 겨냥한 버티컬 도구라면 특히 중요하다. 공개된 특허문헌 대신 벤더가 작성한 초록이나 분류 주석으로 학습한 특허 분석 도구는 Bartz보다 ROSS 쪽에 가깝다. 내부 전략 문서도 검토해 두어야 한다. 합의부는 Westlaw를 대체하려 했다는 ROSS 스스로의 인정을 근거로 삼았다.

콘텐츠 보유자에게 이번 판결은 큐레이션된 편집 작업의 가치를 높여 준다. 편집상의 선택과 표현이 반영된 자산을 목록화하고, 상업화한 저작물은 미국 저작권 등록 여부를 확인하며(지방법원은 Thomson Reuters의 등록에 따른 유효성 추정에 의존했다), 학습 데이터 라이선스 프로그램이 있다면 이를 문서로 남겨 두어야 한다. 실제로 가격을 매긴 라이선스 제안은 법원이 보호한 시장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된다.

한국 및 아시아 기업의 경우, 이번 사건에 한국 당사자는 없었지만 양쪽 입장에 모두 놓인 기업이 많다. 미국 시장을 겨냥해 AI 제품을 개발하는 한국 기술기업은 개별 사실관계에 따른 공정이용 판단에서 복제의 정당화 사유와 시장 대체성에 관한 질문을 마주할 수 있다. 같은 그룹이 학습 데이터로 라이선스할 수 있는 큐레이션 데이터베이스, 기술 문서, 산업 콘텐츠를 보유한 경우도 많은데, 이때는 이번 판결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두 입장에는 서로 다른 기록이 필요하다. 자사의 학습 데이터 선택을 방어할 출처 기록, 그리고 자사 콘텐츠에 대한 시장을 주장할 근거가 될 라이선스 기록이다.

전망

남은 쟁점은 각주 7이 미해결로 남긴 문제, 즉 변형적이면서도 학습 대상 저작물과 경쟁하는 범용 생성형 모델이다. In re OpenAI를 비롯한 생성형 AI 사건과 캘리포니아 판결에 대한 항소심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항소법원이 이 상황을 다루기 전까지 Bartz와 Kadrey는 지방법원 차원의 선례로 남고, ROSS는 이제 제3순회구 내에서 항소법원 차원의 선례가 된다.

그때까지는 결론을 기다리기보다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편이 낫다. 학습 데이터를 출처와 라이선스 상태별로 분리해 두면 분쟁이 생긴 데이터셋을 식별하고, 향후 학습에서 사용을 중단하거나 라이선스 확보 방안을 검토하기 쉽다. 다만 데이터 분리만으로 이미 학습된 모델에서 해당 데이터의 영향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재학습 없이 그 영향을 제거할 수 있는지는 모델과 학습 구조, 적합하고 검증된 언러닝 기법의 적용 가능성에 달려 있다. 제품이 데이터 출처와 경쟁 관계에 있다면 변형적 이용 주장에 기대기보다 라이선스를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벤더 계약과 데이터 취득 계약에는 학습 자료의 생성 방식에 관한 보증 조항을 넣어야 한다. ROSS의 법적 리스크도 계약업체가 Westlaw를 바탕으로 작성한 메모에서 비롯되었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