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2026년 11월 1일부터 시범 운영에 참여하는 EPO 항고부는 화상회의로 진행되는 구술심리를 녹음하고, 조서 작성을 보조할 목적에 한해 인공지능(AI)으로 이를 녹취록으로 변환할 수 있다. 녹음 파일과 녹취록은 내부 작업 문서로, 당사자는 열람할 수 없으며 조서 통지 후 늦어도 1개월 이내에 삭제된다. 공식 기록은 달라지지 않는다. 인증된 조서가 여전히 유일한 기록이므로, 당사자가 기록에 남겨야 할 사항은 지금처럼 심리 중에 명확히 진술하고 조서에서 확인해야 한다.
주요 내용
EPO 공지에 따르면, 항고부 의장(President of the Boards of Appeal)은 2026년 10월 9일자로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따라 항고부는 구술심리를 녹음하고, 조서 작성을 위해 AI의 도움을 받아 녹음을 녹취·처리할 수 있다. EPO가 밝힌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적용 범위: 초기 단계에서는 화상회의로 진행되는 구술심리만 녹음 대상이다. 참여 항고부를 대상으로 한 시범 프로그램은 2026년 11월 1일 시작된다.
- 사안별 재량: 녹음 여부와 AI를 이용한 녹취록 작성 여부는 각 사건을 맡은 항고부가 결정한다.
- 자료의 지위: 녹음 파일과 녹취록은 내부 준비 문서로, 사건 기록(file)의 일부가 아니며 당사자나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 보존 기간: 개인정보 보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녹음 파일과 녹취록은 조서 통지 후 늦어도 1개월 이내에 삭제된다.
- 조서의 법적 성격: 달라지지 않는다. 조서 작성자가 Rule 124(1) EPC에 따른 작성 책임을 계속 지고, 내용은 핵심 사항으로 한정되며, 인증된 조서가 유일한 공식 기록으로 남는다.
- 당사자 녹음: 종전과 같이 EPO 직원이 아닌 참가자는 어떠한 형태로도 구술심리를 녹음하거나 송출할 수 없다.
- 사전 고지: EPO는 심리 시작 전에 당사자에게 녹음 사실을 알리는 방안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경
이번 결정은 조서 작성의 정확성에 관한 것으로, 기록에 무엇이 담기는지는 다루지 않는다. EPO 스스로도 이 도구가 정확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조서의 성격 자체를 바꾸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당사자는 조서가 더 상세해지거나 변론 내용이 그대로 옮겨질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달라지는 것은 조서 작성자가 무엇이 핵심 사항이었는지 판단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다.
이러한 설계는 다른 분야에서도 볼 수 있는 방식과 같은 흐름이다. 법정 녹음 업체 JAVS가 2026년 2월 발표한 글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AI 녹취로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이를 검토한 뒤에야 공식 기록에 반영한다. 이 글은 알려진 약점으로 발언 중첩, 억양 및 비원어민 화자, 기술 용어, 화자 식별을 꼽는다. Australian Institute of Company Directors와 Governance Institute of Australia가 2025년 5월 이사회 회의록을 대상으로 낸 공동 성명은 AI를 유일한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되고 사람의 검토가 계속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보존된 녹음이나 녹취록이 나중에 드러나 공식 회의록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EPO 모델은 이 마지막 위험에 정면으로 대응한다. 자료가 사건 기록에 편입되지 않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삭제되므로, 인증된 조서가 더 상세한 별도의 기록과 경합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시사점
이번 변경은 특허권자와 특허에 도전하는 측 어느 쪽에도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바뀌는 것은 기록의 작성 방식이며, 실체적·절차적 기준은 그대로다. 특허를 방어하는 특허권자에게도, 이를 공격하는 이의신청인에게도 유리하지 않다. 한 항고 사건에서는 특허권자로, 다음 사건에서는 이의신청인으로 나서는 한국 기업이나 다른 아시아 기업은 어느 역할에서든 같은 위험을 안는다. 무엇을 청구하고, 철회하고, 인정했는지는 오직 조서에만 남는다.
녹음은 당사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아니다. 녹음은 항고부가 쓰는 도구다. 당사자는 녹음에 접근할 수도, 이를 인용할 수도 없으며, 녹음은 조서 통지 후 1개월 안에 사라진다. 조서에 청구가 잘못 기재되더라도, 당사자가 실제 발언 내용을 입증하는 데 녹음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음성 인식의 위험은 비원어민 화자에게 가장 크게 작용한다. JAVS의 글과 Faegre Drinker가 2025년 2월 낸 고객 안내문 모두 AI 녹취가 억양과 비원어민의 발화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한다. 조서는 여전히 사람인 조서 작성자가 관장하므로 그만큼 위험은 줄어든다. 그렇더라도 제2언어로 또는 통역을 거쳐 변론하는 한국, 일본, 중국 팀은 빠르게 말한 청구를 AI 녹취록이 정확히 담아낼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화상회의로 항고부 심리에 출석하는 당사자라면 다음 사항을 실무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 청구는 정확한 명칭으로 진술한다. 각 청구를 정확한 명칭과 제출일로 지칭한다(예: 특정 일자에 제출한 보조청구 3). '더 좁은 버전'과 같은 약칭은 쓰지 않는다. 항고부가 심리를 종결하기 전에 최종 청구 순서를 분명히 다시 밝힌다.
- 특정 사항의 기재를 요청한다. 청구 철회, 상대방의 인정, 절차상 이의가 중요하다면 이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조서에 기재해 달라고 항고부에 요청한다. 녹취록이 이를 남겨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 기록 전담 인원을 둔다. 당사자 녹음 금지는 그대로 적용되므로, 직접 작성한 실시간 메모가 유일한 참고 자료가 된다. 팀원 한 명에게 이 업무만 맡긴다.
- 조서를 받는 즉시 확인한다. 조서가 통지되면 바로 메모와 대조하고, 불일치가 있으면 다음 기한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시 문제를 제기한다.
전망
주목할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시범 운영이 참여 항고부를 넘어 확대되고, 화상회의를 넘어 대면 구술심리로까지 넓혀질지 여부다. 둘째, 예정된 당사자 사전 고지가 공식적이고 일관된 절차로 자리 잡을지 여부다. 셋째, AI 보조 조서 작성의 성능, 특히 비원어민 화자와 기술 용어 처리에 관해 항고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다.
다음 두 가지 조치는 이러한 결과와 관계없이 지금 바로 취할 만하다.
- 심리 환경에 자동 AI 도구가 있는지 점검한다. Zoom, Microsoft Teams, Google Meet 같은 플랫폼에는 이제 녹음이나 녹취 기능을 갖춘 AI 회의 비서가 탑재되어 있으며, Faegre Drinker 안내문과 AICD 성명 모두 이 점을 지적한다. EPO 화상회의에 앞서 서울, 도쿄 등지에서 접속하는 고객사 직원, 통역사, 해외 협력 대리인을 포함해 자기 측 어떤 기기에도 AI 노트테이커, 자동 녹취, 녹음 기능이 켜져 있지 않은지 확인한다. 아무도 모르게 작동하는 AI 비서는 당사자 녹음 금지 규정 위반이 된다.
- 규칙을 문서로 명시한다. 심리 준비 체크리스트와 유럽 대리인 및 사내 참석자에게 전달하는 지침에 녹음 금지 및 AI 비서 사용 금지 조항을 넣는다. 이는 정책에 맞지 않는 제3자 녹음을 하지 않도록 서비스 제공자를 구속하라는 Faegre Drinker의 권고와도 맞닿아 있다.
향후 시범 운영이 대면 심리로 확대되더라도 같은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청구의 명확한 진술, 기록 전담 인원, 신속한 조서 검토는 항고부가 어떤 도구를 쓰든 기록을 지켜 준다.
출처
- https://epo.org/en/case-law-appeals/communications/use-audio-recordings-and-ai-prepare-minutes-appeal-proceedings
- Use of audio recordings and AI to prepare minutes in appeal proceedings | epo.org
- How AI Is Changing Courtroom Recording and Transcription
- Effective Board Minutes and the Use of AI
- Permission to Record: Considerations for AI Meeting Assistants | Publications | Insights | Faegre Drinker Biddle & Reath LL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