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청의 일반적인 특허 심사 기간은 전략적 공백을 만들어 왔습니다. 2024년 기준 전체 기술 분야의 1차 심사결과 통보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16.1개월이었습니다. 제품 출시 전 실시자유(FTO) 검토를 마치거나, 투자 유치를 마감하거나, PCT 출원을 진행하려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 16개월의 대기 기간은 사업적 마일스톤을 연기하거나 등록 권리 없이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선택을 강요합니다. 특히 기술 주기보다 특허 심사 주기가 더 길게 소요되는 빠른 호흡의 기술 분야에서 이러한 병목 현상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2025년 2월 19일, 특허청은 바이오, 인공지능(AI), 첨단로봇 분야까지 우선심사 제도를 확대 적용했습니다. 이로써 기존의 반도체(2022년 11월 지정), 디스플레이(2023년 11월), 이차전지(2024년 2월)에 이어 4대 국가첨단전략산업 전 분야가 우선심사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또한 이차전지 분야는 성능평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리사이클링까지 지정 범위를 넓혔으며, 친환경 기술 우선심사 대상도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 신재생에너지 발전 분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번 개편의 운용 목표는 요건을 갖춘 출원건에 대해 2개월 이내에 1차 심사결과를 통보하는 것입니다. 선례는 명확합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의 경우, 일반 심사 기간은 13.7개월이었으나 2024년 12월 말 기준 우선심사 평균 처리 기간은 1.6개월에 불과했습니다. 특허청은 전체 기술 분야의 평균 심사 기간이 2024년 16.1개월에서 2025년 15.1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선심사 신청 요건을 충족하려면 해당 출원의 주분류가 관련 CPC 코드로 부여되어야 하며, 출원인이 국내에서 생산 중이거나 생산을 준비 중인 기업,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물 출원, 또는 특성화대학의 출원이어야 합니다. 특허청은 입증 부담도 완화했습니다. 실시 준비를 입증하기 위해 기존에는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했으나, 이제는 기술이전 계약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또한 출원인이 직접 수행해야 했던 선행기술조사 제출 의무는 완전히 폐지되었습니다.
아울러 글로벌 출원인에게 속도 면에서 더 큰 이점을 제공하는 세 가지 절차적 변화가 추진됩니다. 첫째, PCT 출원의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되는 국내 출원을 우선심사하여 향후 해외 출원 절차를 원활하게 지원합니다. 둘째, PPH 처리 기한을 기존 4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여 미국 및 일본의 제도 개선 흐름과 발을 맞춥니다. 셋째, 분할출원의 심사 순서가 모출원의 심사청구일이 아닌 분할출원 자체의 심사청구일 기준으로 변경되어 미국특허청(USPTO) 및 일본특허청(JPO)의 실무와 일치하게 됩니다. 한편 2025년 4월부터는 거절결정 후 재심사 청구 기한이 1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되어, 출원인이 특허심판원에 즉시 심판을 청구하지 않고도 청구항을 보정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특허청은 심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있습니다. 2023~2024년에 반도체 분야 67명, 2024년 중반 이차전지 분야 38명의 전문심사관을 증원한 데 이어, 2025년에도 민간 전문가 출신 심사관 60명(바이오 35명, AI 9명, 로봇 16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입니다.
1차 심사결과가 2개월 만에 도출된다는 것은 출원 타이밍 전략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계획 중인 국내 AI 스타트업은 특허청에 출원 후 우선심사를 신청함으로써 데이터룸을 열기 전에 특허 등록을 완료하거나 최소한 명확한 등록 결정 신호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라이선스 계약을 협상 중인 바이오 기업이나 제품 출시를 앞둔 로봇 기업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됩니다. 핵심은 특허청 출원 시점을 단순히 파리조약에 따른 12개월의 우선권 기한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상용화 일정에 맞춰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국내 출원을 먼저 진행한 후 해외에 출원하는 국내 출원인의 경우, PCT 기초 출원에 대한 우선심사 제도를 활용하면 국내 사건의 심사가 빨라져 해외 진입(국내단계진입) 시 활용할 수 있는 심사관의 조사보고서와 견해서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대리인과 담당자는 명세서 작성 단계부터 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첫 거절이유통지서가 신속하게 발송되고 자발적 보정 기한이 축소되는 만큼, 최초 국내 출원 시점부터 해외 실무에 적합한 청구항 구조를 갖추어 출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PPH를 활용하는 해외 출원인의 경우, 특허청의 PPH 처리 기한이 3개월로 단축됨에 따라 본국 특허청에서 첫 등록 결정이 나오는 즉시 PPH 신청을 병행하여 준비해야 합니다. IP 담당자는 PPH 기초가 될 가능성이 높은 미국 또는 일본 사건을 미리 선별하고 청구항 대응 관계를 조기에 정비해야 합니다. 분할출원 심사 순서의 변경에 따라, 오늘 제출하는 분할출원이 모출원의 이전 심사청구일에 기여하여 순서를 새치기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으며, 제 순서에 따라 심사받게 됩니다. 경쟁사가 권리범위를 좁혀 분할출원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이러한 심사 지연을 활용하여 해당 분할출원이 심사되기 전에 무효화 자료를 수집하거나 회피 설계를 진행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특허권자인 동시에 잠재적 침해 제기 상대방이 될 수 있는 국내 대기업들은 양면적 리스크 관리(헤징)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심사 가속화는 경쟁사를 견제하거나 라이선싱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빠른 권리화가 필요한 특허권자에게는 유리합니다. 그러나 동일한 이유로 해당 기술 분야에서 경쟁사의 출원 역시 신속하게 심사되므로, 정보제공을 제출하거나 무효화 전략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줄어듭니다. 따라서 자사 기술 분야의 CPC 코드로 공개되는 특허청의 우선심사 출원 동향을 분기별이 아닌 월별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명세서 작성 시 유의해야 할 마지막 실무적 지침이 있습니다. 선행기술조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폐지되었으므로 심사관은 특허청 자체 조사 결과에 더욱 의존하게 됩니다. 따라서 배경기술 및 청구항 작성 시 출원인이 알고 있는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과 본 발명의 차이점을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지침 없이 심사관이 차이점을 스스로 파악해 줄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발명의 과제와 해결수단을 명확하게 정의한 완성도 높은 명세서만이 신속하게 진행되는 심사 절차에서 예상치 못한 거절이유를 받게 될 리스크를 줄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