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가 제조한 메모리 제품에 대해 섹션 337 조사를 공식적으로 개시했습니다. 넷리스트(Netlist)의 제소로 시작된 이번 조사는 서버 및 AI 인프라의 핵심인 고성능 메모리 모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만약 배제 명령(Exclusion Order)이 내려질 경우, 삼성의 주력 제품인 DDR4, DDR5 및 HBM 제품의 미국 수입이 중단되어 글로벌 IT 산업에 유례없는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건의 개요

2026년 1월 초, ITC는 삼성전자와 그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 번호 337-TA-XXXX의 개시를 발표했습니다. 넷리스트가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삼성의 메모리 모듈, 특히 차세대 DDR5 및 HBM(고대역폭 메모리) 기술을 사용하는 제품들이 메모리 아키텍처 및 전력 관리와 관련된 넷리스트의 다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합니다. 넷리스트는 해당 제품의 미국 내 판매 및 수입을 차단하는 한정 배제 명령(LEO)과 중지 명령(CDO)을 요청했습니다.

배경: 손해배상에서 수입 금지로

이번 ITC 조사는 10년 넘게 이어온 법적 분쟁의 최신 전개입니다. 앞서 넷리스트는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서 2023년 3억 300만 달러, 2024년 4억 4,500만 달러의 배심원 평결을 이끌어내며 승소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과의 글로벌 라이선스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넷리스트는 '핵옵션(Nuclear Option)'인 ITC를 선택했습니다. 지방법원과 달리 ITC는 수입 금지라는 강력한 구제책을 통해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는 항소 기간 중에도 집행 정지가 쉽지 않아, 넷리스트에게 삼성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엄청난 레버리지를 제공합니다.

HBM과 AI 시대의 지정학적 중요성

현재 시점은 매우 민감합니다. AI 붐이 지속되면서 HBM은 반도체 산업의 '왕관 보석'이 되었습니다. 주요 GPU 제조사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으로서는, 수요가 절정에 달한 시점에 미국 시장에서 배제될 위험에 처한 것입니다. 삼성의 공급 차질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즉각적으로 채우기 힘든 거대한 공급 공백을 낳을 수 있습니다.

IP 전문가를 위한 시사점

  • 소송 전략의 변화: 이번 사례는 다각적 소송에서 ITC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로도 피고를 굴복시키지 못할 때, 시장 퇴출 위협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 국내 산업(DI) 요건 충족: ITC 조사의 핵심 요소는 '국내 산업 보호' 요건입니다. 넷리스트는 해당 특허 기술과 관련하여 미국 내에서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특허 전략가들은 라이선스 기반의 DI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 표준 필수 특허(SEP) vs. 구현 특허: 이번 분쟁은 JEDEC 표준(DDR5)과 개별 기업의 독자적 구현 기술 사이의 긴장을 보여줍니다. 만약 침해 주장을 받는 특허가 표준 필수 특허로 간주될 경우, 삼성은 'FRAND'(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원칙을 주요 방어 논리로 내세울 것입니다.

향후 전망

ITC 조사는 일반적으로 최종 판결까지 12~15개월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메모리 시장의 막대한 이해관계로 인해 미국 대통령의 최종 승인 전에 합의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성이 특허심판원(PTAB)에 당사자계 무효심판(IPR)을 청구하는 등의 대응 전략도 지켜봐야 합니다. 더 큰 질문은 이번 사건이 다른 메모리 제조사들에게 선례가 될 것인지 여부입니다. 만약 넷리스트가 삼성으로부터 승리를 거둔다면, 다음 타겟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의 로열티 구조를 재편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