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이어져 온 'CRISPR 특허 전쟁'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최근 유럽특허청(EPO)과 미국 특허청(USPTO)에서 잇따라 특허 등록에 성공한 한국의 바이오 기업 툴젠(ToolGen)이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와 CRISPR 테라퓨틱스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소송의 타겟은 세계 최초의 CRISPR 기반 유전자 치료제인 '카스게비(Casgevy®)'입니다. 지식재산권(IP) 전문가들에게 이 사건은 이론적인 저촉 심사(Interference) 단계를 넘어, 수십억 달러의 로열티가 걸린 실제 상업적 권리 행사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최근 툴젠은 글로벌 주요국에서 CRISPR-Cas9 리보핵산단백질(RNP) 기술과 관련된 핵심 IP를 확보했습니다. 유럽에서는 CRISPR-Cas9 RNP를 포유류 세포에 도입하는 방법(전통적인 DNA 방식보다 효율적이고 오프타겟 효과가 적은 방식)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습니다. 동시에 미국에서도 유사한 권리범위의 특허가 등록되면서, 툴젠은 미국 내에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툴젠은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버텍스와 CRISPR 테라퓨틱스를 상대로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장에 따르면, 겸상 적혈구 질환 및 베타 지중해 빈혈 치료를 위해 CRISPR-Cas9 기술을 사용하는 카스게비의 제조 공정이 툴젠의 원천 RNP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상업적으로 승인된 CRISPR 제품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대규모 권리 행사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CRISPR IP 지형은 역사적으로 CVC 그룹(UC 버클리 등)과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가 주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툴젠은 2012년 10월 23일이라는 매우 빠른 우선권 일자를 보유한 '다크호스'였습니다. 이는 특정 기술적 세부 사항에서 브로드나 CVC보다도 앞선 기록입니다.
특히 툴젠이 집중한 RNP(Ribonucleoprotein) 전달 방식은 기술적으로 차별화됩니다. 초기 연구가 플라스미드나 바이러스 벡터를 주로 사용했다면, RNP 방식(Cas9 단백질과 가이드 RNA를 미리 결합하여 주입)은 작용이 빠르고 분해가 용이해 원치 않는 유전자 변형 위험을 최소화합니다. 업계가 임상 적용을 위해 RNP를 표준으로 채택함에 따라, 툴젠의 전략적 특허 배치가 위력을 발휘하게 된 것입니다.
변리사와 사내 IP 담당자들에게 이 사건은 FTO 분석이 결코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브로드와 CVC의 분쟁 결과에만 집중했던 기업들은 툴젠과 같은 제3의 플레이어를 간과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글로벌 IP 팀은 툴젠의 최신 등록 특허를 기준으로 자사의 파이프라인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이번 소송은 유전자를 '무엇으로' 교정하느냐만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특허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바이오 분야 실무자들은 Cas9 단백질 서열을 넘어 RNP, LNP 등 임상 적용을 가능케 하는 구체적인 제형과 전달 기술로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유럽과 미국에서의 동시 특허 확보는 고도의 글로벌 전략의 산물입니다. 각국 특허청에 일관된 기술적 서사를 제공하여 전 세계적인 집행 전선을 구축하는 효율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
업계는 이 분쟁이 '특허 풀(Patent Pool)' 형성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으로 귀결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버텍스는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환자당 약 220만 달러에 달하는 치료제에 대한 판매 금지 가처분이나 법정 로열티 지급 판결은 툴젠에게 강력한 협상력을 부여합니다.
이 사건의 결과는 차세대 유전자 치료제 시장에서 원천 IP 보유자가 어떻게 '통행료'를 징수하게 될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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