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RISPR-Cas9 유전자 가위 기술을 둘러싼 해묵은 법적 공방의 중심지가 유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툴젠이 유럽특허청(EPO)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의 출범과 그에 따른 다국적 금지명령 권한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에게 거대한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한때 '다크호스'로 여겨졌던 툴젠이 이제는 강력한 '시니어 파티(Senior Party)'로서 라이선싱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최근 CRISPR-Cas9 특허 지형은 두 가지 흐름이 맞물리며 급변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툴젠의 원천 특허가 EPO에 의해 유효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며, 둘째는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의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입니다. 툴젠은 최근 CRISPR-Cas9 리보핵산단백질(RNP) 복합체를 포유류 세포에 도입하는 기술에 대해 EPO로부터 특허 등록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와 동시에, 법률 전문가들은 단 한 번의 판결로 유럽 여러 국가에서 CRISPR 기반 치료제의 상업화를 차단할 수 있는 UPC의 '교차 경계 금지명령(Cross-border Injunction)'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CRISPR 특허 전쟁은 전통적으로 CVC 그룹(UC 버클리, 비엔나 대학,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브로드 연구소(MIT 및 하버드), 그리고 툴젠 간의 3파전이었습니다. CVC와 브로드 그룹이 각각 노벨상 수상과 미국 초기 특허 확보로 주목받았지만, 툴젠은 진핵세포(식물, 동물, 인간) 적용 기술에 집중하며 전략적 우위를 지켜왔습니다.
시니어 파티(Senior Party) 지위: 미국 특허청(USPTO)의 저촉심사(Interference) 절차에서 툴젠은 CVC와 브로드 양측에 대해 특정 사건에서 '시니어 파티'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는 경쟁사들이 툴젠의 출원일보다 먼저 발명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입증 책임을 지게 됨을 의미합니다.
유럽 시장의 변화: 미국의 '선발명주의'(2013년 이전)와 달리 유럽은 '선출원주의'를 따릅니다. 툴젠의 빠른 출원일과 EPO에서의 성공적인 방어는 툴젠을 유럽 내 CRISPR 기술의 핵심 관문(Gatekeeper)으로 만들었습니다.
변리사와 IP 전략가들에게 EPO 등록과 UPC 집행의 상호작용은 글로벌 특허 전략의 핵심 사례입니다.
가장 큰 리스크이자 기회는 UPC의 관할권입니다. 통합특허 체제 하에서는 단 하나의 침해 소송으로 17개 이상의 EU 회원국 전체에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는 툴젠에게 라이선스 협상에서 엄청난 레버리지를 제공합니다. CRISPR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이제 툴젠의 유럽 포트폴리오를 포함한 정교한 자유실시(FTO) 분석을 수행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상업적 기업들은 브로드나 CVC로부터 라이선스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툴젠의 특허가 진핵세포 사용의 원천 기술로 확립될 경우, 기존 라이선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무팀은 소송을 피하기 위해 로열티가 중첩되는 '로열티 스태킹(Stacking)'이나 다자간 라이선스 재협상에 대비해야 합니다.
CRISPR 사가는 끝나지 않았지만, 그 무게중심은 이동했습니다. 향후 UPC에서 발생하는 첫 번째 CRISPR 침해 사례를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단 한 번의 판결이 유전자 교정 기업들의 기업 가치를 하룻밤 사이에 재정의할 수 있습니다. IP 전문가들에게는 UPC의 가처분 명령에 관한 판례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바이오 원천 특허의 우선권 주장을 재점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툴젠의 부상은 기술 경쟁 초기 단계의 '다크호스'가 상업적 종착지에서 어떻게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