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CRISPR-Cas9 특허권을 둘러싼 10년간의 법적 분쟁이 중대한 변곡점에 도달했습니다. 최근 툴젠(ToolGen)의 리보핵산단백질(RNP) 전달 방식 특허가 미국과 유럽에서 잇따라 등록되면서, 유전자 가위 IP 지형은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와 UC 버클리(CVC) 간의 양자 대결을 넘어선 다자간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번 결과로 툴젠은 버텍스(Vertex)와 CRISPR 테라퓨틱스의 '카스게비(Casgevy®)'와 같은 블록버스터 치료제에 대해 로열티를 요구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주요 사건

한국에서 설립된 바이오 기업 툴젠의 핵심 특허가 유럽특허청(EPO)과 미국특허청(USPTO)에서 잇따라 등록되었습니다. 해당 특허는 CRISPR-Cas9 RNP 복합체를 포유류 세포에 도입하는 기술을 다루고 있으며, 이는 임상 적용 시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최근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이 다국적 금지명령에 대한 전향적인 판결을 내놓으면서, 현재 EU 내에서 치료제를 공급 중인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배경: 저촉심사와 RNP의 전략적 가치

CRISPR 특허 전쟁의 핵심은 '누가 진핵세포(인간/동물 세포)에서 이 기술을 처음 발명했는가'에 있습니다. 미국 개정특허법(AIA) 이전의 '선발명주의' 체제 하에서 USPTO는 브로드 연구소, UC 버클리, 그리고 툴젠이 참여하는 저촉심사(Interference Nos. 106,126 및 106,127)를 진행해 왔습니다.

  • 브로드 연구소: 진핵세포 사용에 대해 미국 내 첫 특허권을 획득함.
  • CVC (UC 버클리/다우드나): 가장 앞선 생화학적 발견 시점을 근거로 우선권 주장.
  • 툴젠: 포유류 세포 내 RNP 전달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우선권 주장.

RNP 전달 방식의 전략적 중요성은 매우 높습니다. DNA나 RNA를 통한 전달과 달리, RNP 방식은 이미 조립된 Cas9 단백질과 가이드 RNA를 세포에 직접 주입합니다. 이는 Cas9의 발현 시간을 단축시켜 유전자의 엉뚱한 부위를 자르는 '오프 타겟(off-target)' 효과를 최소화합니다. 산업계가 상업적 임상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RNP는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이 되었으며, 툴젠의 특허는 관련 기업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길목 특허'가 되었습니다.

IP 실무자 및 업계에 미치는 영향

이번 사례는 변리사와 IP 전략가들에게 다국적 소송 전략 및 기술적 구체성의 중요성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1. '시니어 파티(Senior Party)' 지위의 위력

USPTO 저촉심사에서 툴젠은 우선권 일자를 근거로 '시니어 파티' 지위를 부여받았습니다. 이는 브로드나 CVC 그룹이 자신들이 더 먼저 발명했음을 입증해야 하는 입증 책임을 지게 됨을 의미합니다. 이는 글로벌 IP 관리 팀에게 철저한 실험 노트 관리와 초기 우선권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2. 전략적 무기가 된 UPC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은 최근 국경을 넘나드는 침해 금지 명령을 내릴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툴젠이 새로 등록된 유럽 특허를 바탕으로 UPC에 소를 제기할 경우, 이론적으로 여러 EU 회원국에서 CRISPR 치료제의 판매를 동시에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 각국 법원을 개별적으로 상대해야 했던 파편화된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했던 강력한 협상 레버리지가 됩니다.

3. 로열티 연쇄 반응과 라이선싱 리스크

카스게비와 같은 치료제가 회당 약 220만 달러(한화 약 30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잠재적인 로열티 규모는 천문학적입니다. 현재 브로드나 CVC와 독점 계약을 맺은 기업들도 툴젠의 특허 침해 주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수 있습니다. IP 담당자들은 툴젠의 RNP 클레임을 포함한 정밀한 자유실시(FTO) 분석을 재실시해야 합니다.

향후 전망 및 관전 포인트

2025년과 2026년에 걸쳐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영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PTAB 최종 결정: 미국 내 저촉심사 결과는 세계 최대 헬스케어 시장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의 최종 승자를 결정할 것입니다.
  2. UPC 판례 형성: 툴젠이 UPC에 제기할 수 있는 침해 소송은 새로운 유럽 특허 체제 하에서 바이오 특허가 어떻게 집행되는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3. 통합 라이선싱 풀(Patent Pool): 권리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소송으로 인해 임상 진행이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디오 표준(MPEG-LA)과 유사한 형태의 특허 풀 구성 논의가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CRISPR IP 지형은 더 이상 두 기관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툴젠의 RNP 특허 확보는 모든 상업적 플레이어들이 라이선스 로드맵을 재검토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 상당한 소송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