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BUS 판결 이후, 변리사의 실무 대응 가이드
들어가며: "AI를 발명자로 기재해도 되나요?"
몇 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 소설 같았던 질문이, 이제는 현실의 상담 테이블 위로 올라왔습니다.
스티븐 테일러(Stephen Thaler) 박사가 자신의 AI 시스템 'DABUS'를 발명자로 기재하여 전 세계 특허청에 출원했던 이른바 'DABUS 프로젝트'는, 미국, 유럽, 영국, 그리고 한국 법원에서 모두 "특허법상 발명자는 '자연인(Natural Person)'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 확정되었습니다.
변리사로서 우리는 "판례상 안 됩니다"라고 답하고 끝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클라이언트가 "그럼 AI가 90% 만들고 제가 10% 다듬었는데, 제가 단독 발명자가 되어도 법적 문제가 없나요?"라고 물을 때 시작됩니다.
오늘은 DABUS 판례가 남긴 법리적 메시지를 해석하고, 생성형 AI 시대에 발명자 적격성(Inventorship) 리스크를 관리하는 실무 팁을 정리합니다.
한국 특허청(KIPO)과 법원은 DABUS 사건에 대해 '자연인주의' 원칙을 확고히 했습니다.
한국(서울고법): 특허법 제33조 제1항의 '발명을 한 자'는 자연인에 한정된다고 해석. AI는 권리 능력이 없으므로 발명자가 될 수 없음.
미국(CAFC): 특허법(35 U.S.C.)상 'Individual'은 자연인을 의미함.
영국(Supreme Court): 발명자는 반드시 사람이어야 함.
즉, 현재의 법 체계 하에서는 AI의 이름이 서지사항(발명자 란)에 들어가는 순간, 방식 요건 위반으로 무효 사유(또는 거절 사유)가 됩니다.
하지만 이 판결들의 이면에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Human Contribution)가 어디까지인가?"라는 더 복잡한 숙제가 남겨졌습니다.
2. 실무의 뇌관: '진정한 발명자' 논란과 무효 리스크
미국 특허청(USPTO)은 최근 "AI-assisted Inventions"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AI를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나, *'상당한 기여(Significant Contribution)'*를 한 인간만이 발명자로 기재되어야 한다."
만약 클라이언트가 "사실 프롬프트 한 줄만 넣었고, 결과물은 AI가 다 짰다"고 하는데, 변리사가 이를 묵인하고 클라이언트를 단독 발명자로 출원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국: 모인출원(진정한 발명자가 아님) 이슈보다는, '발명의 완성도' 및 '창작적 기여 부족'으로 인한 거절 리스크가 있습니다.
미국: 발명자 기재 불비(Incorrect Inventorship)는 특허의 유효성을 다투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기만적 의도(Deceptive Intent)가 인정되면 특허가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3. 변리사를 위한 대응 가이드: "인간의 지분"을 확보하라
클라이언트가 생성형 AI(ChatGPT, Claude 등)를 활용해 발명을 가져왔을 때, 변리사는 다음 3가지를 체크하고 조언해야 합니다.
① '문제의 인식'과 '결과의 선택'을 강조할 것
AI가 수백 개의 설계도를 그렸다고 해도, 그중에서 "특정한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적의 실시예를 '선택(Selection)'하고 '검증'한 행위"가 인간에게 있음을 명세서 작성 과정에서 구체화해야 합니다.
②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 구체적 착상(Conception)
단순히 "자동차 디자인해줘"가 아니라, 구체적인 파라미터와 제약 조건을 입력하여 AI를 제어했다면, 그 '프롬프트 설계' 자체가 인간의 발명적 기여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③ 'AI 주도'가 아닌 'AI 보조'임을 명문화
명세서나 의견서 작성 시, 발명의 주체가 AI로 오인되지 않도록 용어 선택에 주의해야 합니다.
4. 미래 전망: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비록 DABUS는 거절되었지만, AI의 발전 속도는 법 개정 속도를 훨씬 앞지르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연방특허법원은 "발명자는 자연인이어야 하지만, 발명자 기재란에 AI를 도구로 사용했음을 부기(Description)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흥미로운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향후에는 "AI가 생성한 부분"과 "인간이 기여한 부분"을 구분하여 권리 범위를 설정하는 방식(저작권의 경우처럼)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며: 발명자의 정의를 다시 쓰는 사람들
과거에는 현미경이나 계산기가 발명자가 될 수 없듯, AI도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AI는 '생각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변리사인 우리의 역할은, 클라이언트의 아이디어 속에서 AI가 수행한 '연산'과 인간이 수행한 '창작'을 예리하게 발라내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인간의 영역'을 명확히 정의해 주는 것입니다.
"이거 AI가 다 했는데요?"라고 묻는 클라이언트에게, 이제 자신 있게 말씀해 주십시오.
"AI를 지휘하고, 결과를 선택하여 비즈니스 가치를 만든 건 대표님이시니, 대표님이 발명자입니다. 단, 그 '지휘'의 증거를 명세서에 확실히 남겨 드리겠습니다."
📝 핵심 요약 Checklist
[ ] 발명자 기재란에 AI 이름(DABUS 등)을 넣지 않도록 사전에 검토했는가?
[ ] 클라이언트가 AI를 사용했을 경우, '인간의 구체적 기여(프롬프트, 선택, 검증)'를 식별했는가?
[ ] AI가 100% 자동 생성한 결과물에 대해 무리하게 권리화를 시도하지 않도록 리스크(진보성 결여 등)를 고지했는가?
[ ] 연구노트 등에 AI 활용 이력(Prompt Log)을 남기도록 조언했는가?